[데미리즈] 공포영화 *드림 주의* 그러니까, 영화를 본다는건 서로 호감이 있다는 뜻 아닐까. 리즈는 제 손에 쥐어진 영화표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어째서 이 작은 꼬마 도련님이 자기와 함께 영화를 보자고 하는걸까. "잠자코 받아!" 약간은 고압적인 목소리로(하지만 그래봤자 리즈에게는 작은 아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데미안의 귀는 잔뜩 붉어진채였다. 리즈는 생각했다, 오호라, 이 꼬마 도련님이 제게 호감이 있구만? 리즈는 잠깐은 어울려주기로 했다. 뭐, 이런 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조커가 본다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가 알기로 그는 고작 이런 일로 화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거리낄 것은 없지. 리즈는 실실 웃으며 데미안을 꼭 끌어안았다. "꺄하, 우리 작은 ..
0.말해줘요, 아버지.설령 거짓이라도 좋아요. 그러니 그 입을 열어 내게 말해줘요. 나는 단 한번이라도, 당신의 딸이었나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뒤집어쓴 후드 위로 빗방울이 맺혔다가 떨어졌다. 한숨을 폭 내쉰다. 눈앞의 존재에 온 몸을 긴장시킨다. 그와 나는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다. 확실히, 친했다면 친했다고 할 수 있을법한 그런 사이었다. 지금은 그조차 산산이 부서져 깨져버렸지만. 잠깐의 대치상태가 흐르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나.” 당신은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걸까.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내가 못 들었을리 없었다. 확실히, 나는 훈련받았고, 뛰어났던 아이었으니까. 여하튼 나는 그 부름에 따라 입을 열었다.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말해야만 할 것 같아서. “..
쏴아아아아, 마치 가슴을 뻥 뚫어버릴 것만 같이 시원하게도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아니, 새벽일까. 얼마 없는 뉴욕의 사람들은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기 위해. 이미 진창 젖어버린 몸에는 별 소용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움직였다. 낮의, 시끌벅적한 뉴욕과는 다른 새벽의 뉴욕은 언제나 그렇듯 한가했다. 적막하고, 소리조차 사라져버린 그런 모습. 흔하고도, 낯익은. 이윽고 비가 그치고, 하이얀 달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어둠 곳곳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든 달빛조차 들지 않는 곳이 있기 마련이었지. 냐옹, 빛조차 들지 않는 골목 구석에 있는 것은 길고양이 한 마리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끝내도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그 깊은 골목 구석에서는 거의 없는 희미한 ..
PURE EVIL Written by Redelhightze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중대한 선택일 수도 있다. 나는 언제나 망설임 없이 선택해왔으나, 그것들은 결국 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도 난 여전히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죽음’으로 떨어졌다. 나는, 할리 퀸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퇴근길에 가슴을 옥죄는 고통에 쓰러진 이후로 매일 밤, 눈을 감으면 끔찍한 고통이 찾아오는 삶을 살았다. 심장을 쥐어짜내고, 온 몸의 피를 뽑아내며 살갗을 찢어발기는 듯한 그런 고통들.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며칠이고 이어졌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잔잔하고, 조..
러덜리스 전력 60분 악몽 Written By. Redelhightze 샘은 언젠가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건 지독한 악몽이였다. 깨고나면 식은땀에 온 몸이 젖을 정도로. 그 끔찍한 공포에 질린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옆의 온기를 끌어안았다. 품 안의 제 연인의 몸이 작게 바스락거리는 것에 그는 그제서야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샘...?" "더 자, 큐." "으으.. 또 깼어요?" "...미안." 잠을 떨쳐내려는 듯 가볍게 머리를 흔드는 쿠엔틴의 모습은 이미 깊은 새벽 깨는 일에 익숙한 듯 했다. 그는 괜찮다며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샘은 매번 그 사실에 미안해하며 고치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다하여 그의 수면장애가 낫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그 이유를, 둘 모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샘..
조커 x 배트맨 물들어가다 Written By. Redelhightze "하하하하하하-!! 흐, 하하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렀음일까, 숨쉬기가 갑갑했지만 조커는 개의치 않고 크게 웃었다. 어떻게 웃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신의 작은 박쥐가, 괴물이라 칭해지던 그 배트맨이 이미 죽어버린 제 울새를 붙잡고 슬퍼하고 있는데! 조커는 움직일 힘도 없어 그저 땅바닥에 누워서 제 앞의 배트맨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은 배트맨의 그 거대한 등 뒤에서는 후회와, 좌절과, 슬픔이 진득하니 묻어나왔다. 조커는 그것이 제법 웃겼다. 그야, 그것들은 인외라 칭해지던 배트맨의 지극히도 인간적인 모습이었으니까. 조커는 다시 소리높여 깔깔 웃어댔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뼈가 부러지고 피가 날 지언정 그는 웃..
[샘쿠엔틴]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가끔 생각하고는 했다. 만약 그때, 내가 조쉬를 막을 수 있었다면 하고. 그렇다면 지금 이 파국으로는 치닫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그저 평범한 아이의 아버지로,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 그렇게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조슈아, 넌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거니? 답이 없는 무덤에 대고 물었다. 'MURDERER'라고 적힌 아들을 비웃는 글자가 가슴에 깊숙히 박힌다. 쓰라린 가슴을 달래기 위해 난 가져온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쌉싸름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식도를 불태우는 것만 같았다. 괴롭다. 고통스러웠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의 도피처인 요트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만은. 너의 기일인 오늘만큼은. 등 돌리고 외면할 수 없지 않겠니. 그래..
피터른 전력 - 동거 "Honey, I'm home~" 쾅!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너무 힘을 준 탓일까, 너덜너덜해진 것이 조만간 박살이 날 모양새였지만 아무렴 어떠하리.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랑스러운 스파이디를 생각하면 그런 사소한 것들은 저 의식 밖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잠깐, 웨이드! 문 살살 닫으랬지?! 젠장, 조만간 또 박살나겠어! 이거 봐, 벌써 헐거워졌잖아!" "오, 자기. 그런게 지금 중요해? 나 집에 왔다니까? 수고했다는 키스도 없어?" "그래, 맞아.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네가 부순 문만 벌써 5개째라는 것만 아니었으면!" "...음, 알았어. 조용히 할게." 웨이드는 서슬퍼런 피터의 눈빛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같이 동거를 시작한지 한달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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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덷거미] 지금 이것이 꿈인 것 마냥 곧 너도 사라지겠지.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증거가 이렇게 버젓이 놓여 나를 비웃고 있음에도 나는 현실을 외면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난- …나는 어찌해야 하는 걸까? “하아… 하아….” 원활한 호흡을 방해하는 마스크가 거슬린다. 나는 그것을 코 밑까지 끌어올리고 막혔던 숨을 토해냈다. 그 순간 다시 눈에 박히는 초라한 모습에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비켜-… 비켜줘요-!” “스파이디를 막아!!” “스파이더맨, 조금 진정하는게 좋겠어.” 블랙 위도우와 캡틴이 나를 막아섰다.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난 그들을 밀쳐내지 못했다. 그럴 힘도 없었다. 그저 힘없이 주저앉아 팔만 뻗었다. 닿지 않는 팔이 그렇게도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다. 그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