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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리즈] 공포영화

리델하이츠 2017. 12. 24. 20:08

[데미리즈] 공포영화


*드림 주의*



 그러니까, 영화를 본다는건 서로 호감이 있다는 뜻 아닐까. 리즈는 제 손에 쥐어진 영화표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어째서 이 작은 꼬마 도련님이 자기와 함께 영화를 보자고 하는걸까. 


"잠자코 받아!"


 약간은 고압적인 목소리로(하지만 그래봤자 리즈에게는 작은 아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데미안의 귀는 잔뜩 붉어진채였다. 리즈는 생각했다, 오호라, 이 꼬마 도련님이 제게 호감이 있구만? 리즈는 잠깐은 어울려주기로 했다. 


 뭐, 이런 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조커가 본다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가 알기로 그는 고작 이런 일로 화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거리낄 것은 없지. 리즈는 실실 웃으며 데미안을 꼭 끌어안았다.


"꺄하, 우리 작은 도련님이 선정한 영화라면 당연히 봐야지!"


"시끄러워, 망할 여자!"


 데미안은 리즈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어디까지나 일반인인 척을 하면서, 품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망할 계집, 왜 이렇게 힘이 세? 라고. 아무리 자기가 힘조절을 하고 있다고는 해도 리즈의 힘은 보통 여자의 것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 데미안은 잠시 리즈가 자기처럼 훈련받은 자인가, 에 대해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거두었다. 그럴리가 없지. 이 순진하고 멍청한 여자가 훈련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라라, 우리 작은 소악마씨! 뭘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것도. 그보다, 누가 소악마야?"


"맞잖아, 우리 데미데미데미안!"


"내가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랬-"


"아, 영화 시작하겠다! 얼른 보러가자."


 리즈는 데미안의 말을 뚝 끊어놓았다. 그리고는 그의 팔을 잡아 이끌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다시 한 번 저항하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여자, 정말로 훈련이라도 받는게 아니야? 그리 의심하고 있을 무렵, 리즈는 영화관에 벌써 자리를 잡았다. 데미안도 그런 그녀의 옆에 털썩 앉았다. 의심은, 나중에 해도 괜찮겠지. 여차하면 피를 좀 얻어서 검사해보면 될 노릇이었다. 


"앗, 시작한다 시작!"


"조용히 해, 멍청아."


 크레딧이 올라가고, 잔뜩 들뜬 리즈에게 데미안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가 고른 영화는, 공포물이었는데, 꽤나 잔인한 묘사로 인해 19금이 먹을 뻔한 작품이었다. 만약 정말로 19금이 걸렸다면 데미안은 같이 보러오지 못했으리라.

 

 어쨌든, 영화가 시작하자 둘은 금방 작품에 빠져들었다. 영화는 꽤 잘 만들어져서, 몰입감도 좋았고,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흠이라면, 영화를 보는 둘의 직업이 만만찮은 것이었다는 거겠지. 


 데미안 웨인과 리즈. 로빈과 스마일. 둘은 절대 서로의 정체를 몰랐지만, 서로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맞붙기도 했었으니까. 온갖 범죄에 둘러쌓인 일상은 고작해야 공포영화따위에 겁을 먹지 않게 만들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리즈는 점차 흥미가 떨어져서는 화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 훨신 스펙타클한데, 영화가 눈에 들어올리가! 그 순간부터 리즈는 데미안을 흘끔흘끔 쳐다보기로 했다. 이 작은 꼬마 역시 영화에는 그저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았지만, 얼굴이 매우 바람직했기에(...) 리즈는 중간부터 스크린을 보지 않았다. 


"뭐야."


 그리고 그런 시선을 데미안이 놓칠 리 없었다. 데미안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슬쩍 눈만 돌려 리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속삭였다. 뭐야, 왜 쳐다보는데. 영화나 볼 것이지 자기는 왜 쳐다보는거야, 란 의미였다. 


"그냥, 세삼스레 잘 생겨서?"


 리즈는 태연히 말했다. 그 말에 데미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왁- 하고 소리치려다, 이내 자신이 있는 공간을 깨닫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영화나 봐, 멍청아."


"싫어. 시시해."


"하?"


 데미안은 어이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어찌나 잘 만들어졌는지,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공포에 바들바들 떠는 인간들이 잔뜩이었다. 그런데 시시하다고? 대체 이 녀석은 어디서 자란거지.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있지, 데미, 우리 나갈까?"


"무슨 소리야."


"데미도 영화 시시하잖아."


"...."


 리즈의 말에 데미안은 딱히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 그보다, 제가 지루해하는 것은 또 어떻게 눈치챈거야. 하.. 그는 한숨을 작게 쉬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얼른 나오라는 듯, 눈짓을 한 번 하고는 먼저 영화관 밖으로 나섰다. 리즈는 활짝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밖은 이미 눈이 가득 내려서, 온통 하얀색 투성이었다. 호호 나오는 입김을 불며, 데미안의 손을 꼭 잡은 리즈는 맑게 웃었다. 


"눈 예쁘지? 영화보단 이게 나은 것 같다!"


"...흥."


 데미안은 부러 즐거운 티를 내지 않았다. 확실히 그 엉망진창인 영화보다는, 저게 저렇게 뛰노는 모습을 보는게 즐거운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 슬슬 밤 시간이야- 착한 어린이는 집에 돌아가야죠."


 쩝, 안타깝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리즈는 저 멀리 마중나온 알프레드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알프레드는 그들에게 다가와, 인사를 꾸벅하고는 바래다줄 의사를 밝혔지만 리즈는 거절했다. 자기가 사는 곳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데미안은  딱히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그녀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어쩐지, 속이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리즈는 마지막으로 데미안을 끌어안으며, 쪽, 하고 아이의 작은 볼에 입을 맞춰주고는 깔깔 웃었다. 데미안의 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 망할 여자가! 라고 소리치려는데, 저 멀리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 그녀를 향해 손짓하는게 아닌가. 


 차마 데미안이 뭐라고 하기 전에, 리즈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후다닥 달려갔다. 자신을 볼 때보다 더 밝은 미소다. 데미안은 다시 한 번 속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대체 어째서 저를 볼 때보다 더 맑게 웃는것인지. 어느새 사라진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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