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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15

[조뱃/조커뱃시] 물들어가다

리델하이츠 2016. 7. 11. 04:37
조커 x 배트맨   
물들어가다
Written By. Redelhightze




"하하하하하하-!! 흐, 하하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렀음일까, 숨쉬기가 갑갑했지만 조커는 개의치 않고 크게 웃었다. 어떻게 웃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신의 작은 박쥐가, 괴물이라 칭해지던 그 배트맨이 이미 죽어버린 제 울새를 붙잡고 슬퍼하고 있는데! 조커는 움직일 힘도 없어 그저 땅바닥에 누워서 제 앞의 배트맨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은 배트맨의 그 거대한 등 뒤에서는 후회와, 좌절과, 슬픔이 진득하니 묻어나왔다. 조커는 그것이 제법 웃겼다. 그야, 그것들은 인외라 칭해지던 배트맨의

지극히도 인간적인 모습이었으니까.

 조커는 다시 소리높여 깔깔 웃어댔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뼈가 부러지고 피가 날 지언정 그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이 썩 만족스러웠다. 장담컨데, 이만큼 만족스러운 광경은 아마 배트맨의 다음 로빈이 생기고, 자신이 그를 죽이기 전까지는 보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혹은 그가 자신을 죽이던가.


"-조커!!!"


 분노에 휩싸인 배트맨의 고함과 함께 묵직한 주먹이 조커의 배에 꽂혔다. 그 순간, 조커는 배트맨의 눈에 맺힌 자신과 같은 광기에 진하게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어떤 방법을 써도 움직이지 않던 강대한 벽에 균열이 간 것이다. 조커는 기뻐서 소리높여 웃고 싶었지만 쿨럭하며 터져나온 핏덩이에 그럴 수 없었다.


"왜 그를 죽였나!!!"

"흐, 하하하.... 퉷, 흐, 뱃시-.. 오, 뱃시... 나는 그저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자기도 알잖아? 언제나, 내가 하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조커는, 늘 하던 것처럼 사람을 죽였을 뿐이다. 제가 좋아하던 폭탄놀이를 하면서. 단지, 그에겐 그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면 이번엔 배트맨이 늦었을 뿐이었다. 정말, 딱 그 정도의 차이. 허나 그 차이는 결국 그의 로빈인 작은 아이를 죽였다. 과연 배트맨은 제 탓이라며 얼마나 자책하고 있을까,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자신을 죽이고싶은 충동에 휩싸여있을까. 그는 그것이 뭇내 궁금했다. 

 배트맨의 얼굴에 떠오른 광기가 점차 짙어져가는 것이 한 눈에도 확인할 수 있음에 조커는 눈을 부릅뜨고 그것을 바라봤다. 점점 더, 점점 더 짙어져가는 그것은 아마도 "살인충동". 그의 목이 옥죄여오기 시작했다. 숨은 턱턱 막혀갔지만 그럴수록 기분은 고조되어갔다.


"....조커....!!"

"컥, 커헉."


 그래, 그렇게 나를 죽이고 너도 나와 같아지는거야. 시작은 어렵지만 다음은 쉽지. 그렇게 너도 너 자신을 버리고, 나와 같은 "살인자"가 되는 것이라고. 이제 의식이 희미해지며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조커는 생생하게 느꼈다. 그는 진하게 웃었다. 이윽고, 마침내. 그의 숨이 끊어지고- 


 남은 것은 또 하나의 조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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