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아, 마치 가슴을 뻥 뚫어버릴 것만 같이 시원하게도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아니, 새벽일까. 얼마 없는 뉴욕의 사람들은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기 위해. 이미 진창 젖어버린 몸에는 별 소용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움직였다. 낮의, 시끌벅적한 뉴욕과는 다른 새벽의 뉴욕은 언제나 그렇듯 한가했다. 적막하고, 소리조차 사라져버린 그런 모습. 흔하고도, 낯익은. 이윽고 비가 그치고, 하이얀 달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어둠 곳곳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든 달빛조차 들지 않는 곳이 있기 마련이었지. 냐옹, 빛조차 들지 않는 골목 구석에 있는 것은 길고양이 한 마리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끝내도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그 깊은 골목 구석에서는 거의 없는 희미한 ..
피터른 전력 - 동거 "Honey, I'm home~" 쾅!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너무 힘을 준 탓일까, 너덜너덜해진 것이 조만간 박살이 날 모양새였지만 아무렴 어떠하리.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랑스러운 스파이디를 생각하면 그런 사소한 것들은 저 의식 밖으로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잠깐, 웨이드! 문 살살 닫으랬지?! 젠장, 조만간 또 박살나겠어! 이거 봐, 벌써 헐거워졌잖아!" "오, 자기. 그런게 지금 중요해? 나 집에 왔다니까? 수고했다는 키스도 없어?" "그래, 맞아.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네가 부순 문만 벌써 5개째라는 것만 아니었으면!" "...음, 알았어. 조용히 할게." 웨이드는 서슬퍼런 피터의 눈빛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같이 동거를 시작한지 한달 째..
[덷거미] 지금 이것이 꿈인 것 마냥 곧 너도 사라지겠지. 믿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증거가 이렇게 버젓이 놓여 나를 비웃고 있음에도 나는 현실을 외면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난- …나는 어찌해야 하는 걸까? “하아… 하아….” 원활한 호흡을 방해하는 마스크가 거슬린다. 나는 그것을 코 밑까지 끌어올리고 막혔던 숨을 토해냈다. 그 순간 다시 눈에 박히는 초라한 모습에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비켜-… 비켜줘요-!” “스파이디를 막아!!” “스파이더맨, 조금 진정하는게 좋겠어.” 블랙 위도우와 캡틴이 나를 막아섰다.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난 그들을 밀쳐내지 못했다. 그럴 힘도 없었다. 그저 힘없이 주저앉아 팔만 뻗었다. 닿지 않는 팔이 그렇게도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다. 그러는..
[토니피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타닥타닥. 언제나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토니의 랩실. 그는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자판을 두드렸다. 늘 그렇듯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포스팅 하나. ‘천조국의 흔한 여장남자.jpg’라는 제목은 토니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남자가 여장해봤자 남자지.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이렇게 핫한 키워드로 뜰 수가 있었을까? 그래서 그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 포스팅을 클릭하려 했다.[Sir, 죄송하지만 이 포스팅은 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비스가 그것을 말렸다. 그의 똑똑한 인공집사인 자비스가 말릴 정도라면 조금은 신중했어야 했을텐데, 토니는 오히려 호기심이 동해서는 자비스에게 명령했다.“하? Hey, 자비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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