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을 불러줘 Lording “…여긴, 어디야?”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날 반겼다. 달빛조차 내리쬐지 않는 어두운 골목 아래 희미하게 비치는 풍경. 곳곳에 널린 쓰레기들과 풍겨오는 악취는 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인상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개를 돌린 측면의 골목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그다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도망, 도망을 쳐야 한다. “호오, 꽤 반반한 년이잖아? 흐흐, 가만히 있어. 좋은 걸 해줄 테니까.” 그는 낡고 헤진 갈색의 더러운 가죽잠바를 입고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다가온다. 기분이 끝없이 불쾌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이었어도 마찬가지였겠지. 나는 도망..
0.말해줘요, 아버지.설령 거짓이라도 좋아요. 그러니 그 입을 열어 내게 말해줘요. 나는 단 한번이라도, 당신의 딸이었나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뒤집어쓴 후드 위로 빗방울이 맺혔다가 떨어졌다. 한숨을 폭 내쉰다. 눈앞의 존재에 온 몸을 긴장시킨다. 그와 나는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다. 확실히, 친했다면 친했다고 할 수 있을법한 그런 사이었다. 지금은 그조차 산산이 부서져 깨져버렸지만. 잠깐의 대치상태가 흐르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나.” 당신은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걸까.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내가 못 들었을리 없었다. 확실히, 나는 훈련받았고, 뛰어났던 아이었으니까. 여하튼 나는 그 부름에 따라 입을 열었다.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말해야만 할 것 같아서. “..
BLUE ROSE 어두운 밤하늘, 달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건물 안에서 소녀, 애나는 기쁨에 찬 웃음을 지었다. 차가운 방바닥에 속절없이 쓰러져있는 광대, 조커. 그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와 애나의 손에 쥐여진 파이프에 묻은 피가 그녀의 염원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크으... 그래, 기쁜가?” “하아, 하아... 그것도 엄청.” 애나는 허튼 짓 못하도록 쓰러진 광대의 팔과 다리를 케이블타이로 꽉 묶었다. 피가 통하지 않으며 저릿해져오는 사지에 조커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이제 곧 죽을 목숨일 텐데도 그는 그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나이프를 조커의 목에 갖다댔다. 명백한 살의가 흉흉하게 그녀의 눈에서 피어올랐다. 쿵-... “!!” 그러나 그 순간 묵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