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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15

[숲뱃]깨어져버린 거울

리델하이츠 2016. 2. 8. 00:57

[숲뱃]깨어져버린 거울
-by 리델하이츠

이리 될 것을 알고 있었지. 너란 거울은 단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하기 그지 없어서 조금만 힘을 주어 버리면 이리 산산조각 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직 제 품에서 보내지 못한 작은 울새가 떨어져버린 충격에 네가 하던 고민들을 나는 안다. 그러나 너는 단단했고, 다시 일어섰지. 그때 미묘하게 일어난 균열을 네가 모른채 했음도 나는 알았다.

"브루스."
"아, 기자님. 오늘도 인터뷰인가요? 하하."
"....브루스."
"....이런, 무슨 일인가, 클락."

너는 애써 그 균열을 감추려 했으나 제 가면을 벗을 타이밍조차 잊어버린 너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앞으로 너는 얼마나 더 네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좀 쉬어. 꼴이 말이 아니야."
"자네도 알프레드처럼 보자마자 잔소리인가?"
"걱정하니까 하는 소리란 것을 알잖아."
"...."
"하아, 브루스. 제발 나이트윙에게 맡기고 좀 쉬라고."
"안 돼."

브루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안이 가득 담긴 목소리. 그의 다른 아들마저 그렇게 되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 그것이 조금 더 균열을 건드리고 있었다. 마치 얼른 무너져버리라는 듯이, 툭, 툭. 그리고 그 균열은 기어이- 쩌저적 하고 갈라지며 거울을 집어삼켰다.

*

"....클락."
"브루스! 무슨 짓이야!!"

완전히 깨져버린 연약한 박쥐는 혹시 모르는 일에 내가 그에게 맡겼던 크립토나이트를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빛나는 보석이 담긴 작은 상자를 내 발 밑에 던지고, 그는 말했다.

"자네가 날 막아."
"자네가."
"자네가 막아야만해, 클락."

그토록 슬펐던 그의 표정은 본 적이 없어서, 나는 그만 그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 순식간에 배트모빌을 타고 사라져버린 형체. 그때서야 난 드디어 그를 유지하던 것들이 전부 무너졌음을- 그래서 '브루스 웨인'이라는 거울이 깨져버렸음을 알았다.

...내가,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그를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자신을 죽여달라 외치는 작은 박쥐를-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조차 없다. 심장이 고통스럽게 욱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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