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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15

[뎀딕]시간을 넘어 단 한 차례라도

리델하이츠 2016. 2. 3. 01:54
[뎀딕] 시간을 넘어 단 한 차례라도


"...."

데미안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눈치채지 못할 위치에서, 조용히. 그러고는 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

"....?"

우연히도 그 소리를 들은걸까, 데미안의 시선 끝에 있던 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허나 그는 데미안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무리 그라해도 보통의 평범한 아이의 모습으로 위장한 아이를 알아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 데미안은 조용히 위치를 옮겼다. 그의 싸늘한 시선이 방금전까지 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에게 꽂혔다. 그 여자는 갑작스러운 살기에 몸을 떨다가 후다닥 도망쳤다. 그제서야 멀리 떨어져있던 데미안의 인상이 풀어졌다.

그 천한 피는 어쩔 수 없는건지 '이곳에서도' 계집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군, 그레이슨.

데미안은 속으로 그를 비웃으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계집이 사라진 것에 그레이슨은 당황한 듯 했지만 그 계집을 쫓지 않고 얌전히 경찰차에 올라탔다. 데미안은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저걸 놓치면 한동안 얼굴조차 보기 힘들테지만 마땅한 접근방법이 없다는 것이 짜증났다.

솔직히 자존심을 포기한다면야 접근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길을 잃은 애새끼 차림을 할 수도 있었고, 거지소년이 되어 도움을 요구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은 아이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만드는 일이었다. 절대로 그가 먼저 그 행세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데미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주머니를 뒤적여 추적장치를 꺼냈다. 초소형으로, 총처럼 쏠 수 있게 만들어진 그것을 꺼내자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쯧, 겁만 많은 시끄러운 계집들 같으니라고. 데미안은 짜증나서 전부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그들은 일반인이었다. 아버지의 교육을 떠올린 그는 이를 악물고 딕이 타고 있던 경찰차에 집중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딕은 경찰차를 멈추고 내렸다. 그 순간, 소리없이 빠르게 쏘아져 날아간 추적장치는 딕이 발을 딛으려던 곳에 안착했고, 그대로 딕의 신발에 붙었다. 아이는 재빨리 들고있던 추적장치를 모양만 같은 물총으로 바꿔치기 했다.

찍-

"흥. 멍청한 것들."

그리고 아이는 도도하게 군중들에게 물총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의심의 시선을 피해갔다. 그리고 딕과 경찰들이 올라오기 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뒤늦게 도착한 딕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물총이라 보이는 물의 흔적 몇 방울 뿐이었다.

이후에도 아이는 자주 딕의 근처를 맴돌았다. 붙여놓은 추적장치가 제 기능을 훌륭히 해낸 덕분에, 뒤를 쫓는 것은 쉬웠다. 그렇게 맴돌길 며칠, 시간은 금방 흘러 어느덧 데미안이 딕을 쫓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넘게 흘렀다. 그리고 그날도 평소와는 다름없는 하루였다.
...그래야 했었다.


"이, 멍청이가-!!"

"쿨럭, 으, 꼬...마야 괜찮..아?"

"닥쳐, 그레이슨!"

데미안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이 멍청한 자식은 '이곳에서도' 똑같이 쓸데없는 정만 많아서-!

딕의 배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는 데미안의 이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는 망설임없이 감히 자신에게 총을 겨눈 쓰레기에게 주먹을 갈겼다. 깔끔한 펀치 한 방, 그리고 이어지는 발길질에 강도는 얼마 가지 않아 처참하게 쓰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발길질과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사람 죽이겠다 싶을 정도로 아이의 눈에는 살기가 흉흉했다. 그것을 말린 것은 딕이었다.

"꼬, 마야. 그만. 그만하면... 됐어."

"...쯧."

그 와중에도 딕은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억지로 웃고 있었다. 피가 너무 빠져나와 얼굴이 창백해진채로.

"하하, 이쯤이야, 괜찮아. 곧... 구급대가 올거니까."

"....넌 정말로 멍청하군."

"뭐, 꼬마 하나 살렸으면... 그걸로 된거지."

"...."

데미안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가만히 딕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한숨.

"...결국 이렇게 되기로 정해진건가."

아이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딕은 그걸 보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서 흘러내릴 것만 같은 슬픔은 그도 처음이라. 하지만 왠지 모르게 딕의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잘 들어, 그레이슨. 네 놈은 오늘을 평생 후회할거다."

"...꼬마야..?"

"그리고 영광으로 알아. 내가 널 살리는거다."
"...그 빚은 '데미안 웨인'에게 달아둬."

그때에 딕은 처음으로 그를 쫓아다니던 꼬마의 이름을 들었다. '데미안 웨인'. 그 두 단어가 그의 머리에 박히자마자 그의 의식은 점점 흐려져가기 시작했다. 언뜻 그 꿈과도 같은 환상 속에서 작은 꼬마가 이렇게 말했던 것도 같았다.

"미래에 다시 만나게 될테니."

***

"데미안."

"...."

위잉- 철컥.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며 그 속에서 로빈의 복장을 한 데미안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브루스는 아들의 무사함을 확인한 뒤, 기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딕은 어떻더냐."

"잘 지내더군요, 짜증날 정도로."

"...그렇군."

브루스는 담담한 듯 답했지만 그 앞, 잠깐의 침묵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기 충분했다. 그는 뒷말을 삼켰다. '그거면 되었다.' '그거면 된 것이다...'

오늘로써 365일. 브루스의 첫째 아들이자 나이트윙인 리처드 그레이슨의 첫 기일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

윤우님께서 썰을 제공해주셨습니다!
으음... 소설이 굉장히 불친절한 탓에다가 단편이라... 짤막 설명을 해보자면 대충
딕이 죽음 (과거)= >1년 후 어떤 기계로 데미안은 아주 과거로 감(현재) =>데미안은 조금이라도 더 딕 볼라고 뻐팅기는데 어쩔 수 없이 딕 살려주고 강제 귀환(현재)...인데... 흡 재미없죠ㅜㅜㅜㅜ
소중한 소재를...! 리즈가 망쳤어요...!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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