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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서 이명이 그치질 않고
w. 리델하이츠
-본문에는 게임 아캄시티와 아캄나이트에 대한 아주 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그 소리는, 나의 아침부터 시작된다.
"오, 브루-시, 일어날 시간이야! 브루-시, 브루-시?"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는 꿈 속에서도. 언제나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또다시 그 환영을 쫓고 마는 것이다.
귀에서 이명이 그치질 않고
-by 리델하이츠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브루스 주인님? 오늘은 신에너지 기술 관련 인터뷰가-..."
"오, 저 양반은 아침부터 기운차구만! 헤이, 브루시? 설마 저 빡빡한 일정을 전부 따라갈 생각은 아니겠지?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난 아주 끔찍하다고! Oh, bats. please-!"
조커가 죽은지 9개월. 나는 지독한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보이는 환영. 그건 아마도 내 몸에 흐르고 있는 그의 피 때문이겠지. 치료약을 맞았다고 하나 그것이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까.
"브루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아, 네. 괜찮아요. 조금 피곤할 뿐이에요."
"역시 배트맨! 하지만 어제 밤을 샌 것은 숨기는거야? 겨우 기절하듯 잠들어 1시간밖에 못잤다는 것도? 오, 솔직하지 못한 아이군! 마미가 슬퍼할거야, 브루-시."
"이런, 오늘은 티모시 도련님께 맡기고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호오, 그 꼬마 울새? 짹짹짹짹, 마미-, 마미가 보고 싶어요! 삐약삐약- 크하하, 그 울새는 단숨에 찢기고 말거야! 그 작은 몸에 하비의 총알이 박히고, 오, 펭귄의 총알도 박히겠지!"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어차피 흘려들으실테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알았어요, 알프레드."
환청은 참 교모하게도 내 심기를 뒤튼다. 나의 불안을 조정하고, 내가 쉴 수 없도록 만들어 그 끝까지 몰고가려 한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나 살인을 해버린 나에 대한 복수인가, 조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오, 브루스-! 네가 그러면 안 되지,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쨍그랑!
"주인님!!!"
"...난 괜찮아요, 알프레드. 속이 좋지 않으니 차를 부탁해도 될까요?"
"주인님, 오늘은 쉬셔야합니다. 지금 당장 티모시 도련님을 불러야겠어요."
알프레드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깨진 접시를 빠르게 처리한 뒤 팀을 부르러 갔다. 그 순간에조차 조커는 낄낄대며 크게 웃고 있었다.
"...후우."
문득 내려다본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전부 내 업보다. 매번 생각하곤 한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조금만 더 빨랐으면-... 내 손으로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 아이도 살릴 수 있었을텐데.
"오오, 이 안타까운 박쥐를 봐. 그래, 네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면 제이슨 토드는 죽지 않았겠지. 그는 지옥에서 널 원망하고 있을거야! 평생, 영원히 널 원망하겠지!!"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고,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나중에 내가 죽어 지옥으로 떨어지거든 그때서야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 말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은, 고담의 범죄자들을 잡아 넣는 것이다. 그러니까 쉬어서는 안 된다. 하루를 쉬면, 그 배 이상으로 빌런들이 늘어날테니까.
"브루스!!"
"팀."
"세상에, 오늘 얼마나 잤어요? 아니, 요 일주일 사이에 제대로 잔 적이 있긴 한 거예요?"
"난 괜찮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지금 완전 시체같다구요!! 오, 세상에."
"호들갑 떨지 마라, 팀. 회사로 돌아가."
단호하게 얘기를 해보지만 팀은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회사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쉬게 하겠다는 아이를 더 말릴 수는 없었다.
"얼른 들어가 자요. 회사는 신경쓰지 말고요! 브루스, 지금 당신에겐 무엇보다 수면이 필요해요."
"...알았다, 제이.. 팀."
"오, 멍청한 뱃시-! 토드는 죽었어! 히히히히히-! 그것도 바로 너 때문이지!! 네가 구하러 오지 않았기 때문에 죽은거야!"
"...그 이름도 오랜만이군요. 들어가 쉬어요, 브루스. 알프레드, 부탁할게요."
"네, 티모시 도련님."
알프레드의 부축에 의해 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침실로 다시 들어갔다. 여전히 옆에서는 조커의 환영이 기웃대며 나를 비웃고 있다.
"알프레드."
"네, 브루스 주인님. 잠이 잘 오는 코코아라도 준비해드릴까요?"
"....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구할 수 있었을까요?"
"주인님. 제이슨 도련님이 그렇게 되신 것은 주인님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커의 경우도요. 자책하지 마십시오. 브루스 주인님의 탓이 아닙니다."
"아-니! 틀려! 브루-시. 전부 네 탓이야. 네 탓이었다고!! 나를 왜 살리지 않았지? 넌-충분히-나를-살릴 수-있었는데-!!"
"...그렇군요. 고마워요, 알프레드."
"별 말씀을. 편히 주무십시오."
"네."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나를 찾아온다. 그 끝에서 지독한 허상인 남자가 낄낄 웃으며 다가온다.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환영이고, 환청이다. 실제로 존재조차 하지 않는 그런 것들이다.
"왜 나를 죽였어, 브루스-?"
....그는 이제, 없는 것이다.
그날도 역시나 잠을 잘 수는 없었다.
w. 리델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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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는, 나의 아침부터 시작된다.
"오, 브루-시, 일어날 시간이야! 브루-시, 브루-시?"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는 꿈 속에서도. 언제나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또다시 그 환영을 쫓고 마는 것이다.
귀에서 이명이 그치질 않고
-by 리델하이츠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브루스 주인님? 오늘은 신에너지 기술 관련 인터뷰가-..."
"오, 저 양반은 아침부터 기운차구만! 헤이, 브루시? 설마 저 빡빡한 일정을 전부 따라갈 생각은 아니겠지?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난 아주 끔찍하다고! Oh, bats. please-!"
조커가 죽은지 9개월. 나는 지독한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보이는 환영. 그건 아마도 내 몸에 흐르고 있는 그의 피 때문이겠지. 치료약을 맞았다고 하나 그것이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까.
"브루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아, 네. 괜찮아요. 조금 피곤할 뿐이에요."
"역시 배트맨! 하지만 어제 밤을 샌 것은 숨기는거야? 겨우 기절하듯 잠들어 1시간밖에 못잤다는 것도? 오, 솔직하지 못한 아이군! 마미가 슬퍼할거야, 브루-시."
"이런, 오늘은 티모시 도련님께 맡기고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호오, 그 꼬마 울새? 짹짹짹짹, 마미-, 마미가 보고 싶어요! 삐약삐약- 크하하, 그 울새는 단숨에 찢기고 말거야! 그 작은 몸에 하비의 총알이 박히고, 오, 펭귄의 총알도 박히겠지!"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어차피 흘려들으실테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알았어요, 알프레드."
환청은 참 교모하게도 내 심기를 뒤튼다. 나의 불안을 조정하고, 내가 쉴 수 없도록 만들어 그 끝까지 몰고가려 한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는 하나 살인을 해버린 나에 대한 복수인가, 조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오, 브루스-! 네가 그러면 안 되지,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쨍그랑!
"주인님!!!"
"...난 괜찮아요, 알프레드. 속이 좋지 않으니 차를 부탁해도 될까요?"
"주인님, 오늘은 쉬셔야합니다. 지금 당장 티모시 도련님을 불러야겠어요."
알프레드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깨진 접시를 빠르게 처리한 뒤 팀을 부르러 갔다. 그 순간에조차 조커는 낄낄대며 크게 웃고 있었다.
"...후우."
문득 내려다본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전부 내 업보다. 매번 생각하곤 한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조금만 더 빨랐으면-... 내 손으로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 아이도 살릴 수 있었을텐데.
"오오, 이 안타까운 박쥐를 봐. 그래, 네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면 제이슨 토드는 죽지 않았겠지. 그는 지옥에서 널 원망하고 있을거야! 평생, 영원히 널 원망하겠지!!"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고,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나중에 내가 죽어 지옥으로 떨어지거든 그때서야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 말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은, 고담의 범죄자들을 잡아 넣는 것이다. 그러니까 쉬어서는 안 된다. 하루를 쉬면, 그 배 이상으로 빌런들이 늘어날테니까.
"브루스!!"
"팀."
"세상에, 오늘 얼마나 잤어요? 아니, 요 일주일 사이에 제대로 잔 적이 있긴 한 거예요?"
"난 괜찮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지금 완전 시체같다구요!! 오, 세상에."
"호들갑 떨지 마라, 팀. 회사로 돌아가."
단호하게 얘기를 해보지만 팀은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회사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쉬게 하겠다는 아이를 더 말릴 수는 없었다.
"얼른 들어가 자요. 회사는 신경쓰지 말고요! 브루스, 지금 당신에겐 무엇보다 수면이 필요해요."
"...알았다, 제이.. 팀."
"오, 멍청한 뱃시-! 토드는 죽었어! 히히히히히-! 그것도 바로 너 때문이지!! 네가 구하러 오지 않았기 때문에 죽은거야!"
"...그 이름도 오랜만이군요. 들어가 쉬어요, 브루스. 알프레드, 부탁할게요."
"네, 티모시 도련님."
알프레드의 부축에 의해 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침실로 다시 들어갔다. 여전히 옆에서는 조커의 환영이 기웃대며 나를 비웃고 있다.
"알프레드."
"네, 브루스 주인님. 잠이 잘 오는 코코아라도 준비해드릴까요?"
"....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구할 수 있었을까요?"
"주인님. 제이슨 도련님이 그렇게 되신 것은 주인님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커의 경우도요. 자책하지 마십시오. 브루스 주인님의 탓이 아닙니다."
"아-니! 틀려! 브루-시. 전부 네 탓이야. 네 탓이었다고!! 나를 왜 살리지 않았지? 넌-충분히-나를-살릴 수-있었는데-!!"
"...그렇군요. 고마워요, 알프레드."
"별 말씀을. 편히 주무십시오."
"네."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나를 찾아온다. 그 끝에서 지독한 허상인 남자가 낄낄 웃으며 다가온다.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환영이고, 환청이다. 실제로 존재조차 하지 않는 그런 것들이다.
"왜 나를 죽였어, 브루스-?"
....그는 이제, 없는 것이다.
그날도 역시나 잠을 잘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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