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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15

[러덜리스 전력] 악몽

리델하이츠 2016. 7. 24. 00:17
러덜리스 전력 60분
악몽
Written By. Redelhightze


 샘은 언젠가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건 지독한 악몽이였다. 깨고나면 식은땀에 온 몸이 젖을 정도로. 그 끔찍한 공포에 질린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옆의 온기를 끌어안았다. 품 안의 제 연인의 몸이 작게 바스락거리는 것에 그는 그제서야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샘...?"
"더 자, 큐."
"으으.. 또 깼어요?"
"...미안."
 
 잠을 떨쳐내려는 듯 가볍게 머리를 흔드는 쿠엔틴의 모습은 이미 깊은 새벽 깨는 일에 익숙한 듯 했다. 그는 괜찮다며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샘은 매번 그 사실에 미안해하며 고치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다하여 그의 수면장애가 낫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그 이유를, 둘 모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샘, 그 자신으로써는 이유도 알 수 없었던 아들 조슈아의 총기 난사사건. 그 원인모를 분노를 끝내 자신에게 돌려 그 자신의 심장까지 파괴해버린 잔인하고도 끔찍한. 그리고 그에게 붙여진 낙인.

'살인자'.

 모든 일은 그때로부터 시작이었다. 샘이 음악을 시작하고, 쿠엔틴을 만나, 싸우고 다투고 화내다가 화해하고 사랑에 빠져버린 그 모든 일들이 그때로부터 발발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매번 꿈에서 나타나 샘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질문. 차가운 제 아들의 목소리.

아버지는 왜 그렇게 행복해요? 나는 이렇게 죽어버렸는데.

 그러면 샘은 냉수를 뒤집어쓴 듯 온 몸이 차갑게 식어버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죄책감에 자신을 내던지며 작은 온기를 찾기 위해 몸을 웅크리는 것 밖에 없었다. 설령 그것이 꿈이라고 하더라도.

"아저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럼 대체 뭔데?!"

 샘은 엉망진창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초췌한 얼굴과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 쿠엔틴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조심히 끌어안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이토록 가엽고 애처로운, 상처받은 그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할까.
 여태까지는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그저 바라만 보았다. 매일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저 말없이 끌어안아 작은 온기를 나눠주는 것. 그것이 쿠엔틴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러다 샘마저 그의 아들인 조슈아의 뒤를 따라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골라, 입을 열었다.

"아저씨, 나는요 조슈아라는 애를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어요."
"...큐."

 샘의 눈빛이 불타오른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말하지 말라'는 무언가의 요청. 상처입은 영혼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말하지마. 내가 도피할 수 있게 해줘. 내가 그저 내 탓을 하며 스스로를 자책할 수 있게 놔둬.' 샘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진실을 외면하고자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렇게라도 해야 납득할 수 있었을테니까.

"그가 아저씨에게 남긴 음악들을 생각해봐요. 그 어디에도 아저씨를 원망하거나, 그런 노래는 없어요. 그래요, 처음에는 아저씨가 죽은 아들의 노래를 불렀다는게 끔찍했었지만, 네. 끔찍하고 화났었죠. 그래도 그 노래 자체는 따뜻했다구요. 즐거웠고, 그 어디에도 걱정이나 근심같은건 보이지 않았어요!"
"....."
"노래에는, 음악에는, '진심'이 묻어나요. 그러니까 확실하게 말할게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적어도 조슈아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거라구요."

 그리 말하며 쿠엔틴은 어색하게 샘의 등을 토닥였다. 샘은 천천히 그의 품에 안겨 조용히 눈물을 떨궈냈다. 그래, 알고 있어. 그 착한 아이는 절대 날 원망하지 않겠지. 그렇지만 샘은 그렇게라도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모든 탓을 제게 돌려야만 피해자들을 위해 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독히도 이기적인 감정.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쉬, 사랑하는 내 아들. 네가 죽어야만 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끔찍한 꿈이 다시 한 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가지고 그를 찾아들었다. 그러면 그는, 그 작고 어린 양은 다시 자신을 자책하며 수렁으로 빠져들어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저 너무 빨리 삼켜지지 않도록 내려온 천사만이 그의 곁을 지키며 그를 끌어당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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