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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쿠엔틴]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리델하이츠 2016. 3. 6. 00:36
[샘쿠엔틴]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가끔 생각하고는 했다. 만약 그때, 내가 조쉬를 막을 수 있었다면 하고. 그렇다면 지금 이 파국으로는 치닫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그저 평범한 아이의 아버지로,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 그렇게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조슈아, 넌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거니? 답이 없는 무덤에 대고 물었다. 'MURDERER'라고 적힌 아들을 비웃는 글자가 가슴에 깊숙히 박힌다. 쓰라린 가슴을 달래기 위해 난 가져온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쌉싸름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식도를 불태우는 것만 같았다. 괴롭다. 고통스러웠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의 도피처인 요트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만은. 너의 기일인 오늘만큼은. 등 돌리고 외면할 수 없지 않겠니. 그래도 나는 네 아버지니까, 조쉬.

*

"다녀오셨어요?"
"아아. ...큐, 나 좀 부축해주지 않을래?"
"네? ...세상에! 술을 얼마나 마신거에요?!"
"별로 안 마셨어..."
"거짓말하지 말아요! 술냄새가 이렇게 풀풀 나는데!!"

 윽, 쿠엔틴은 독한 술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 요트의 창문이란 창문은 전부 다 열었다. 비틀대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샘을 소파에 던지듯이 올려놓고, 한숨을 푹 쉬었다.

"...미안해, 큐. 미안해, 조쉬.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요-..."
"하... 샘? 괜찮아요?"
"큐, 내가 잘못한거지? 응? 조쉬를 키운건 나니까, 응. 모두 내 잘못인거야-..."
"...아저씨."

 이 안타까운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쿠엔틴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샘을 바라봤다. 가끔 술에 취하면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을 자책하던 그였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달랐다. 쿠엔틴은 슬쩍 달력을 쳐다보고는 신음을 뱉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기일이었구나. 그는 오른쪽 손을 들어 샘의 머리를 천천히 다독여주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분명 멀쩡히 통화했는데. 나랑 같이 놀겠다고, 그랬었는데. 내가 말을 잘못한거지? 그 아이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어."
"아저씨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 조쉬는 내 아들이야. 내가 잘못한거야. 내가-... 그런 주제에 그 아이의 노래를 불렀어.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그래요. 그것때문에 싸우기도 했지만. 인정할게요. 그런데 그 일은 아저씨 잘못이 아니었다구요!"

 쿠엔틴은 참다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매년 이맘때쯤 술에 취해 끊임없이 자책하는 샘의 모습은 그의 심장을 미어지게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쿠엔틴은 이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조슈아라는 아이가 미워질 지경이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자책하며 자신이 대신 죽었어야 했다고 우는 모습은 영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큐, 쿠엔틴. 가끔 생각을 해. 아주 가끔-... 그때로 돌아가서 조쉬를 막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
"그럼 나는 이렇게 숨어 살 필요도 없고, 모든게- 모든게 다 완벽했을텐데."
"...하."

 일정한 간격으로 샘의 머리를 토닥이던 쿠엔틴의 손이 멈췄다. 그래, 아마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는 그의 아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갔겠지. 그런데, 그런데 그럼 나는요? 아저씨는 방황하지 않았을거고, 나를 만날 일도 없었겠죠! 지금 당신은 그 가능성을 '완벽'이라고 칭하는 건가요? 쿠엔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요. 그랬다면 모든게 완벽했겠죠! 찌질한 꼬마 따위는 만날 일도 없었을테니까!"

 콰앙!! 결국 쿠엔틴은 부서질 듯이 문을 닫고 요트에서 나갔다. 샘은 술로 인해 또렷하지 않은 정신으로 그것을 들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런 사실쯤은. 그러나 그는 시간을 절대로 돌릴 수 없다는 사실조차도, 너무나 생생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이 완벽하지 않단 소리는 아니었는데..."

 쯧. 하여튼 제 듣고 싶은대로 듣고 말이야. 샘은 피식 웃었다. 벌써부터 저걸 어떻게 달래줘야하나, 걱정이 앞섰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아까 쿠엔틴이 달래준 덕분에, 많은 우울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는 그대로 속편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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