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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15

[샘쿠엔틴]햇빛

리델하이츠 2016. 2. 10. 01:13
-소재제공 : 공님-

"아저씨, 일어나요! 공연 준비 하러 가야죠!"
"...으으. 조금만 더, 쿠엔틴...."

샘은 중얼거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커튼 사이로 번져오는 햇빛이 뜨거웠지만 그렇다하여 쉬이 잠을 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샘은 쿠엔틴처럼 혈기왕성한 나이의 청소년도 아니었다. 게다가 어제의 그 밤을 생각하면, 조금 정신을 차린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다.
쿠엔틴은 불퉁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공연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슬슬 준비해야만 했다. 그는 아직도 잠을 이겨내지 못하는 샘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라구요, 샘! 지각할거예요?!"
"...거참 시끄럽네. 알았어, 알았다고."

쿠엔틴이 흔들어대며 재촉하는 통에 머리가 울린 샘은 어쩔 수 없이 비척비척 일어났다. 하암-. 자느라 굳은 몸을 기지개로 풀어주고, 아직 남은 잠은 하품으로 털어낸다. 그리고 샘은 강아지마냥 신나서 쫄랑대는 쿠엔틴을 바라봤다.
꼬마의 뒤로 햇빛이 잔상처럼 번졌다. 커튼의 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 그것은 쿠엔틴의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리와."
"네?"

샘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쿠엔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그의 반듯한 이마에 짧게 키스했다. 따뜻하고 갈라진 그의 입술이 이마에 닿자 쿠엔틴의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 꼬마!"
"...당연하죠, 아저씨!"

그리고 그것이 힘을 불어넣어준 듯 샘은 크게 만세를 하며 외쳤다. 쿠엔틴은 그런 그의 모습을 따라 같이 만세를 하며 각오를 다짐했다.
커튼을 쫙 걷자 햇빛이 마주한 둘의 얼굴 뒤로 번졌다. 그리고 그들은 웃음지었다. 그것이, 그들의 일과였다.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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