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아, 마치 가슴을 뻥 뚫어버릴 것만 같이 시원하게도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아니, 새벽일까. 얼마 없는 뉴욕의 사람들은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기 위해. 이미 진창 젖어버린 몸에는 별 소용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움직였다. 낮의, 시끌벅적한 뉴욕과는 다른 새벽의 뉴욕은 언제나 그렇듯 한가했다. 적막하고, 소리조차 사라져버린 그런 모습. 흔하고도, 낯익은. 이윽고 비가 그치고, 하이얀 달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어둠 곳곳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디든 달빛조차 들지 않는 곳이 있기 마련이었지. 냐옹, 빛조차 들지 않는 골목 구석에 있는 것은 길고양이 한 마리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끝내도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그 깊은 골목 구석에서는 거의 없는 희미한 ..
PURE EVIL Written by Redelhightze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중대한 선택일 수도 있다. 나는 언제나 망설임 없이 선택해왔으나, 그것들은 결국 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도 난 여전히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 번 ‘죽음’으로 떨어졌다. 나는, 할리 퀸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퇴근길에 가슴을 옥죄는 고통에 쓰러진 이후로 매일 밤, 눈을 감으면 끔찍한 고통이 찾아오는 삶을 살았다. 심장을 쥐어짜내고, 온 몸의 피를 뽑아내며 살갗을 찢어발기는 듯한 그런 고통들.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며칠이고 이어졌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잔잔하고, 조..
러덜리스 전력 60분 악몽 Written By. Redelhightze 샘은 언젠가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건 지독한 악몽이였다. 깨고나면 식은땀에 온 몸이 젖을 정도로. 그 끔찍한 공포에 질린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옆의 온기를 끌어안았다. 품 안의 제 연인의 몸이 작게 바스락거리는 것에 그는 그제서야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샘...?" "더 자, 큐." "으으.. 또 깼어요?" "...미안." 잠을 떨쳐내려는 듯 가볍게 머리를 흔드는 쿠엔틴의 모습은 이미 깊은 새벽 깨는 일에 익숙한 듯 했다. 그는 괜찮다며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샘은 매번 그 사실에 미안해하며 고치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다하여 그의 수면장애가 낫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그 이유를, 둘 모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