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본 글의 저작권은 리델하이츠에게 있습니다.

*작성자(리델하이츠)가 아닌 본 글의 수정 및 재배포, 도용 등을 금지합니다.

*커미션 문의는 트위터의 @Redelhightze로 받습니다. DM을 남겨주신 뒤 멘션을 보내주세요. 

*본 글의 분량은 공미포 (3229)자입니다.

*베레타 나이트호크 + 로즈베이 입니다.

*베레타 나이트호크의 저작권은 악세님에게 있습니다.

*로즈베이의 저작권은 맵님에게 있습니다.






"이-래선 안 되는거지!"


 콰앙, 상이 엎어졌다. 짜증이 가득한 말과 함께. 덕분에, 테이블에 놨던 돈들이 공중으로 흩날리고, 음료가 담겨있던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생생했다. 이것 참, 언제나처럼의 쓰레기인걸까. 귀찮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베레타는 얼굴을 가린 천 뒤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을 눈치챈 것인지, 로즈베이가 슬쩍 그의 옆으로 왔다. 무심한 얼굴에 띄워진 뜻은, '처리할까?'의 의미. 그가 동의만 한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를 위해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신뢰일까, 아니면 충성일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몰랐다.


"조금만 기다려봐, 로즈. 끝까지 지켜보자고. 얼마나 더 추해질지."


"뭐라고?!"


 비꼬는 듯한 그의 말에, 상을 엎은 이가 씩씩대며 화를 냈다. 사실, 누구라도 화를 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어조에는 상대방을 비꼬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었으니까.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그는 차분히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생각으로, 이 (체형이 두둑한 그 자신에 비해) 말라 비틀어진 남자 하나랑 여자 하나를 그가 이기지 못할리가 없었다. 그는 웃기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체형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님을 모를리가 없었을 텐데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그는 결론지었다. 아무리 눈 앞에 있는 작자가 브로커로 유명한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우위에 있을 수 있다, 라고. 그것은 참으로도, 멍청하고 또 멍청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그였기에, 그는 제 몸집과 옆에 있는 이들을 자랑하며 나섰다.


"아가야, 네가 브로커로 얼마나 유명할지는 몰라도, 우리-"


 피슉! 차마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단검 하나가 바람을 가르고 그의 볼을 스쳐지나가 소파에 박힌 것이다. 그는 멍하니 제 뺨을 매만졌다. 싸늘한 고통과 함께, 피가 배어나왔다. 그는 그 순간,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저 침묵만 지켰다. 그러한 상황 속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정작 단검을 날린 장본인인 로즈베이의 얼굴은 담담했다. 마치 물이 마른 정원에 물을 줄 때처럼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


"조져도 되지?"


"...이번은 인정해줄게. 그래도 조금만 더 참아봐, 소-중하신 우리 고객님인데."


"이...이...!"


 그녀의 말에 답하듯, 베레타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비꼬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건, 아무리 멍청한 그라고 하더라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 곳에 있던 모두의 앞에서 무시당하는 기분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취급에, 그는 다시 한 번 발끈하여 소리치려 했다. 그런 그가, 이 거래는 파기라고 말하려던 때였다. 그에게는 불행히도 이번에 베레타는 참지 않았다. 어느새 총을 소환에 손에 쥐고는 그 총구를 그에게로 겨눈 것이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설마 거래를 깨려고? 이야, 새파랗게 어린 '꼬마'에게 당해 거래를 파기했다니, 얼마나 부끄러운 소문이 날까."


"...."


 이번에도 그의 말에는 비꼬고자 하는 의도가 가득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방금, 그가 스스로 '아이'라고 칭하며 그를 놀리려 들지 않았던가. 그 점을 콕 집으며, 베레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지금 거래를 파기하면 화가 난 내가 로즈에게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좋게좋게 끝내자고. 고객님의 텅 빈 머리를 내가 굳이 터뜨려서 확인해야겠어? 그건 우리 고객님도 원하는 바가 아닐텐데."


"웃기지마, 네게 그럴 능력이-"


 타앙, 말이 채 이어지기도 전이었다. 그의 뒤에 서있던 보디가드 한 명이 소리없이 무너져내렸다. 다른 이들이 재빠르게 품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눴다. 한 명이 다가가 방금 무너져내린 이를 살펴보았다. 이마를 정확히 관통한 흔적. 뇌수가 터져 피와 섞여 흘러내린 흔적이 선명했다. 그건, 그 사람의 숨이 끊긴 것임을 모를 이는 없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음에도, 로즈베이는 무심하게 방금 발포한 권총을 갈무리했다. 그 담담함에, 베레타는 이런, 결국 저질러버렸군. 이란 생각을 하며 혀를 찼다. 이건 계산 내가 아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깔끔하게 끝낼 수도 있겠지. 그건 잘 된 일이었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머리가 텅 빈 쓰레기와 오래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방금 봤지? 우리 로즈는 실력이 대단해서 말이야, 너희 같은건 금방 없애버릴 수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 이만 여기서 끝내자, 응?"


 실제로 사람이 죽어나갔다. 다음은 너가 될거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로즈베이의 담담하지만 싸늘하고, 또한 죽음에 가까운 눈빛에 자신만만하게 깔보던 그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제 곁에 보디가드는 많았지만, 도저히 이기리란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이미 겁을 잔뜩 집어먹은 것이다. 그것에 그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거래는 그렇게 끝났다. 


 거래를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어둑했다. 하지만 그 어둑함은, 조만간 해가 뜰 거란 신호. 베레타는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보았다. 아- 저는 이 시간대의 하늘이 좋았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어둠이면서도, 멀지 않은 시간 내로 모든 것을 비추는 해가 뜨기 시작할거란 신호를 주는, 이 하늘을.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는 늘상 말하던 것처럼 입을 열었다.


"만약에, 내가 아까 그 고객과 같아진다면 날 죽여줘."


"알고있어."


"다행이네."


 그는 피식 웃었다. 만났을 때부터 정해진 약속. 만일 자신이 그 남자처럼 추해진다면 자신을 죽여주기로. 그건 부탁이었고, 협박이었으며 약속이었다. 그 어떤 약속들보다 우선시되는. 그런 약속. 베레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지. 


"그리고- ...전투 준비, 로즈."


 언젠가부터 꼬리가 붙었다. 그들의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기척들. 예민한 감각으로 그것을 파악해낸 그는 주르륵 무기들을 소환해내었다. 로즈베이가 다가와 무기 몇 개를 손에 쥐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불청객들. 그들이 붙은 이유는 예상 가능했다. 보나마나 아까 거래한 물건을 노리는 녀석들이겠지. 쓰레기를 상대하게 된 것도 모자라서 이런 불청객들이라니. 정말로 귀찮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투 태세. 둘은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등을 맞대고, 총을 손에 쥔다. 이미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넘게 함께해오던 그런 익숙한 신뢰의 움직임이었다. 


"처리해!"


"잡아!!"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며, 울려퍼지는 요란한 소음들. 총성이 울리고, 서로를 죽이기 위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어느 누군가는 마법을 외우는 것도 같았다. 허나 그들이 마법을 쓸 줄 안다고 해서, 전투에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보아라, 전투지를 누비는 둘의 움직임은 실로 경쾌하고도 가벼웠다. 둘은 그 상황에서, 오히려 웃고 있었다. 습격해온 무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머릿수의 차이? 신체적 우월함? 그런건 그들에게 큰 소용이 없었다. 단 두명이었는데. 그 두명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당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었으니, 공포가 자리잡을 만도 했다.


"로즈!"


"왼쪽!"


 참으로 시끄러운 주변이었다. 마법이 만들어내는 폭발음이 화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서로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려왔지. 그녀가 외치자마자, 그는 왼쪽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그것은 정확하게 이마를 관통해서, 목숨을 잔인하게도 앗아갔다. 이 순간, 둘을 제외한 나머지의 목숨은 개미만도 못했다. 이처럼 비참한 일이 있을까? 덤벼든 것은 수 십명이었는데, 남은 것은 고작 몇 명이다. 시체들을 밟고, 둘은 전장을 누볐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믿음이 가득한 그런 목소리. 재빠르게 현재 상황을 살피고, 계산한다. 무기를 소환해 건네주며, 서포트 한다. 


 실로 완벽한 호흡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수많은 오랜 시간을 같이 해온 전우들이 이러할까. 쓰러진 이들의 이마에는 정확하게 관통당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변이 정리되는 것은 오래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피가 좀 튀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둘의 상처는 한 곳도 없었다. 그는 일부러 살려둔 한 남자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는 소환해낸 무기들을 되돌렸다.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이제 막 해가 은은하게 떠오르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고작 떨거지들 몇 명 처리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어두운 것들이 모습을 감추고 밝은 해가 떠오를 시간이다.  그것을 느끼고, 그는 그녀를 돌아보며 밝게 웃었다. 


"돌아가자, 로즈. 집으로."


"응."


 둘은 그렇게 조용히 거리를 거닐었다. 바닥으로는 핏자국이 선명히 자리했고, 비린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둘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오늘도, 어느 날과 같던 평범한 하루였을 뿐인데.


....오늘도, 새로운 해가 뜨고 있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