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본 글의 저작권은 리델하이츠에게 있습니다.

*작성자(리델하이츠)가 아닌 본 글의 수정 및 재배포, 도용 등을 금지합니다.

*커미션 문의는 트위터의 @Redelhightze로 받습니다. DM을 남겨주신 뒤 멘션을 보내주세요. 

*본 글의 분량은 공미포 (1660)자입니다.

*니그마 오휘 로 + 호련 입니다.

*니그마 오휘 로의 저작권은 리델하이츠에게 있습니다.

*호련의 저작권은 에르네라님에게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정갈한 궁전 안, 한 남성이 대전을 걷고 있었다. 그는 치렁치렁하게 풀은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넘겼다. 샛노란 머리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금안이 무료한 듯이 빛났다. 그가 서있는 곳은 이리저리 시체들이 가득했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 끝을 맴돈다. 이곳저곳, 애꿎은 이들의 피가 흩뿌려진 것이 썩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사이를 니그마는 걷고 있었다. 오히려 그 걸음걸이에는 귀찮음마저 배어있었던 것 같다. 그는 피가 묻은 손을 가볍게 털어내고, 어느 문을 드륵거리며 열었다. 문을 열자 훅하고 풍겨오는 짙은 향내.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바람을 불어 그 향기들을 걷어내었다. 


"...어머, 니그~ 여긴 어쩐 일이람?"


"내 문득 네가 생각나서, 련."


 니그, 라 불린 그는 얼굴을 팍 찌푸렸다. 안에 앉아있는 여인, 호련의 품 안에 안긴 사내가 썩 거슬렸다. 이 안에 숨어있는 동안 들려오는 참혹한 비명소리를 들었겠지. 그리고 코 끝을 역하게 찌르는 피 비린내도. 그는 겁에 질려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가 보기엔 참으로 추한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그 사내의 목숨을 앗기 위해, 그가 손을 들었다. 그가 원하는대로, 바람이 움직여 호련의 품에 안긴 사내를 끌어내었다. 그녀가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자암깐, 설마 내 귀염둥이를 그대로 죽여버릴 셈?"


"그렇다면?"


 담담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가 잔뜩 화가 나 말했다. 그녀로써는 어떻게 얻은 장난감이었다. 제게 빠져 모든 것을 바치게 하는 것까지 얼마나 힘들게 키웠던가. 얼마나 힘들게 교태를 부리고, 뒤에서 조종하고 그랬던가. 그런 애써 만든 장난감을 한 방에 부순다니, 당연히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나라를 이렇게 망쳐도 돼?"


"어차피 내 영역 안인데, 무어 거리낄 게 있을까."


 광활한 영역, 니그마 오휘 로, 동방의 용인 그가 다스리는 영역은 넓고도 넓어 그 안에는 몇 개의 나라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니 그 많은 나라 중, 하나 정도야 무너져도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다. 하나가 망하면, 다시 세우면 된다. 그럴만한 능력과 재물이 그에겐 있었으니까. 허나 그는 호련을 걱정했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법이라지만, 그가 보기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제안을 했다.


"이런 짓, 질리지는 않나."


"...어머,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인걸. 정 마땅찮으면, 네가 내 인형이 되어줘."


 살풋, 그가 얼굴을 다시 찌푸렸다. 그리고는 허공에 들어올려져 꺽꺽 숨만 내쉬는 사내를 뒤로 집어던졌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탓에 벽에 부딪혀 숨을 허덕이던 사내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후다닥 도망쳤다. 그것을 아쉬운 눈으로 보는 호련에게, 니그마가 말했다.


"네 인형이 되어줄 수는 없지. 허나 네게 세상을 줄 수는 있다."


"세상이라니, 그건 네게도 힘든거 아냐? 다른 용들이 가만 있지 않을텐데."


"내가 제일 강하다."


 담담하고도 당찬 말에, 그녀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세상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권력을 손에 쥐는 거였으니까. 만만한 허수아비를 하나 세우고, 그가 자신에게 매달리게 만들면서도 모든 권력은 자신이 쥐는 것. 그게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는 그것을 줄 수 없었다. 그의 성격상 그녀에게 매달릴 것도 아니었고, 그가 만들어줄 허수아비를 조종하는 것은 성에 안 찰테니. 호련은 키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내 재미를 망쳤으니, 내가 지금 도망가는 것도 막으리라 생각하진 않아, 니그."


"...."


 니그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떠나가려는 그녀를 붙잡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서있었을 뿐이었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애초에 자신이 왜 찾아왔을까, 그건 정말로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왜인지는 잘 모른다. 그랬기에 그녀를 잡을 구실이 없었다. 니그마는 못마땅히 팔짱을 꼈다. 


"그럼 잘 있어, 니그. 언젠가 다시 보자고."


"...."


 그렇게 호련은 사라졌다. 니그마는, 짜증을 내며 제 거처로 돌아갔다. 한 나라가 그대로 망해버렸으니, 새로운 허수아비를 찾아야했다. 제 입맛에 맞을, 그러면서도 그럭저럭 나라를 꾸려나갈 그런 허수아비를. ...일이 귀찮게 되었다. 이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할 일이 생겼으니, 그는 그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두 인영이 사라진 뒤로,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숨어있어야만 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