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본 글의 저작권은 리델하이츠에게 있습니다.

*작성자(리델하이츠)가 아닌 본 글의 수정 및 재배포, 도용 등을 금지합니다.

*커미션 문의는 트위터의 @Redelhightze로 받습니다. DM을 남겨주신 뒤 멘션을 보내주세요. 

*본 글의 분량은 공미포 (1618)자입니다.

*본 글은 앤오님께 선물로 드린 글입니다.

*페르마x아가페 디아즈 입니다.

*페르마의 저작권은 리델하이츠에게 있습니다.

*아가페의 저작권은 천율님에게 있습니다.




깜빡, 깜빡. 느릿하게 소년은 눈을 떴다. 소년에게 간밤의 일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묘하게 따끔한 목덜미가 살아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그리고 어딘가 묘하게 달라진 몸. 그것을 깨닫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소년은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분명- 죽어가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버려져서, 길가를 떠돌다가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생경한 감각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것이 이상했다. 모든 것이 이상해서,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끈-,


-! 죽..- 제발, 제발-...


"읏."


 중간중간 끊긴, 절박하고도 괴로워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또한 누군가의 눈물이 제 볼을 따뜻하게 했던 것이 떠올랐다. 허나 소년은 여전히, 그를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머리를 붙잡고 그를 떠올리려 계속 기억을 되짚는데, 그 순간 방의 문이 열렸다. 


"...깨어났느냐."


 열려진 문으로 들어오는, 훤칠한 키의 남자는 새까맸고, 새하얬다. 까만 머리에, 새하얀 피부 위로 이질스럽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는 빤히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담겨있던 감정은 걱정. 허나 피와 같은 붉음에 소년은 본능적으로 두려운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저.. 여기, 는...?"


"...역시인가. 네 이름을 기억하느냐?"


 소년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했다. 절대 잊을 리 없는 이름이였다. 누군가가, 다정하고도 사랑스레 그렇게 불러주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이름이었기에. 허나 역시 그가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가,페.. 디아즈, 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구나."


 그는 다행이라는 듯, 웃음을 머금었다. 다정한 웃음이었다. 소년의 가슴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독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그 순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의 아이야."


"...!!"


 '나의 아이야.' 소년은, 그 안에 담긴 사랑을 깨달았다. 그러자 두려움이 치솟았다. 감히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깊음의 사랑이었다. 감히 제가 받을 리 없는 그런 깊음의 사랑이었다. 일생동안,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없었을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소년은 그제서야 떠올렸다. 


"..페르, 마..?"


 제가 받았던 사랑을. 제가 주었던 사랑을. 제가 했던 실수를. 그리고 그가 한 선택을. ...그는, 인간인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든 것이다. 그와 똑같은 종족인, 영생을 살아가는 뱀파이어로. 


 어째서 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조금 생각해보자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소년은 그의 선택을 비난할 수 없었다. 언젠가 그가 해준 이야기. 그토록 사랑했던 이를 잃고 미쳤었던 기억. 소년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를 탓할 수 없었다. 그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정하고 착한 소년은 그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다..괜찮아..."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소년의 등을 꽉 껴안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네 나를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다."


"내가, 어떻게.. 그래요."


 소년은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사과했다. 혼자 나가서 미안하다고, 당신의 곁을 떠나서 미안하다고. 혼자 죽어버리려해서 미안하다고... 그는 그 모든 것들을 듣고 대답했다. 사랑이 듬뿍 담긴, 그런 목소리였다. 애초에 그가 소년을 미워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러기에, 그는 소년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괜찮아, 괜찮다... 다 괜찮아. 네 돌아왔으니 된 것이다."


"이젠, 나도... 페르마, 처럼... 페르마랑, 똑같아졌네요."


 소년은 그리 말하며 방실 웃었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그래, 그는 이것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래서 소년의 의사도 묻지 않고 소년을 자신과 같은 이로 만들었다. 단순히, 그 웃음을 더 보고 싶어서. 그 사랑스러움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서. ...후회는 없었다. 소년에게 미움을 받을 것도 각오했지만, 소년은 그를 여전히 사랑했다. 앞으로 영영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끝없는 영원이란 세월을 살아야 한다고 해도. 


서로는, 서로를 사랑할 것이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